클래식이야기

  • 2024-04-04

[리뷰] [문화뉴스] (리뷰) KBS교향악단 2024 교향악축제 개막공연

  • FILE DOWNLOAD :             

(리뷰) KBS교향악단 2024 교향악축제 개막공연

 

“KBS교향악단, 2024 교향악축제의 첫 단추 잘 뀄다“

 

한달간에 걸친 2024 교향악축제의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KBS교향악단이 올해 2024 교향악축제의 첫 개막공연을 책임지면서 이런 첫 단주를 꿰는 쉽지않은 일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최근 내가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현장에서 본 것은 지난 2월말의 마포아트센터 신년음악회, 지난 3월말의 800회 레스피기의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등 열띤 로마 삼부작(三副作)을 메인테마로 한 기념 연주회, 그리고 2024 교향악축제의 개막공연을 잇따라 객석에서 감상하게 되었다.

 

올해 36회째를 맞는 교향악축제는 국내 지방교향악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향악연주를 펼치는 집합체 연주회로 해외교향악단의 출연이 없는 아쉬움을 매년 안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교향악연주의 증진을 꾀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 매년 3주-한달 기간에 걸쳐 지방교향악단들이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돌아가면서 연주하다보니 중간중간 긴장도도 떨어지고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KBS교향악단이 첫 개막공연부터 긴장도 높은 공연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달간 긴장도높은 수준높은 공연 연주회들에 대한 클래식 관객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은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를 보인 KBS교향악단 상암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최근 겪은 스키사고로 의자에 않은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연주를 이끌고 있다. (사진: SAC)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 보여준 피에타리 잉키넨”

 

요즈음 교향악단들의 클래식 공연의 추세가 서곡없이 곧바로 협연자 협연과 메인 교향곡 단 두곡의 연주로 이뤄지는 추세가 많은 가운데 KBS교향악단의 올해 2024 교향악축제 개막공연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 단 두곡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무대가 되었다.

 

그만큼 첫 협연자의 역할과 기량이 중요해지는 연주회 포맷이 되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성큼성큼 보무도 당당한 캐리어로 무대에 입장, 이런 첫 무대의 중요성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역할을 해냈다고 보여진다. 이런 협연자 이지윤의 보무당당한 입장은 내게 지난 2020년 11월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키위해 보무당당하게 입장하던 당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으로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힘과 활력이 넘치고 신선해 대면연주를 보는 맛은 이런 것 때문이야(!)라는 감탄사를 나올 만하게 하던 당시의 연주모습을 흡사 연상시켰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77은 1878년 작곡된 것으로,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단 1곡밖에 작곡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곡은 베토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동렬에 서서 고금의 3대 협주곡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바이올린의 대가 요아힘의 유익한 조언도 주효하여, 바이올린 연주의 기교도 무리없이 쓰여지며,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을 취하고, 고전적인 충실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철저하게 파내려간 깊이와 밀도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이런 깊이와 밀도를 보여주는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본다.

 

KBS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은 최근 겪은 스키사고로 다리를 절둑거리고 입장하면서도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의 이런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는 교향악축제의 첫 개막공연이라는 부담감에 개의치 않으면서 정상적 몸상태가 아님에도 당당히 이를 극복해내고자 하는 집념에 찬 연주가 지휘 곳곳에서 느껴져 KBS교향악단의 상임 음악감독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잉키넨의 KBS교향악단 연주력 끌어올리기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연주 레퍼토리도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을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과 Valse Triste 앙코르곡으로 마치 자신의 KBS교향악단과의 취임연주회 때의 연주 레퍼토리들을 연상시키는 조합을 선택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은 교향곡 분야에서 시벨리우스의 개성이 명확히 드러난 작품이다. 북구 핀란드의 풍토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자연주의가 농후하게 느껴져, 흔히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려진다. 민요풍의 악상이 확실히 나타나지만 이 곡에 있어서는 기존의 민요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창작한 곳이 많아 제3악장과 제4악장은 쉬지 않고 연주된다.

 

보통 신임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 레퍼토리는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에 맞게 자신이 가장 잘 지휘할 수 있고 핀란드의 시벨리우스처럼 자신의 국적 작곡가의 작품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출발의 의미에 방점을 찍는 곡들이 선택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1월 28일 피에타리 잉키넨이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에서 서곡 연주로 시벨리우스 카렐리야 서곡을 택하고 메인으로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 작품 22 연주에 이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앙코르곡으로 마무리한 것은 잉키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십분 부각한 것이다.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이런 섬세한 연주의 연속을 선보여 마치 KBS교향악단이 되돌아왔다(!)는 착각마저 내게 불러일으켰던 이날의 연주회를 계기로 또 앞으로 내게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제9대 신임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을 계기로 섬세함의 연주로 교향악단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연주회였다.

 

“국내 교향악축제, 해외 교향악단 대거 출연하는 국제화된 모습은 여전한 숙제!”

 

올해 2024 교향악축제 역시 영국의 BBC프롬스처럼 외국 유명교향악단들이 대거 출연하는 형태의 국제화된 모습은 여전히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국제화된 교향악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 교향악단들을 국내무대에 초청하는 것에 따른 제반 경비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역시 스폰서기업등의 확보가 쉽지않은 탓에 빚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2024 교향악축제는 한경arte필하모닉이 말러콩쿠르에 입상한 윌슨 응 지휘자가 말러교향곡 제5번을 들려주고 김천시립교향악단이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8번과 함신익 지휘의 심포니송이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하는등 새로운 교향악단 얼굴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예년보다 참가교향악단들의 숫자는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23년 제35회 교향악축제 기간동안 중앙에 소재한 국내 대표적 교향악단의 하나인 서울시향이 중앙의 체면치레를 하며 그나마 선전한 것을 보면서 국내 교향악축제도 한 단계 도약하는 교향악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내부의 시각에서 보는 교향악축제가 아니고 해외 시각으로부터 볼 수도 있는 교향악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난해 교향악축제 연주회들에서 대구시향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이나 제주도립교향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제1번등은 기대했던 것 보다 상투적으로 흘러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지난해 6월 한달 기간중에 내한무대를 가졌던 외국 연주단체들인 로테르담필과 빈심포니 공연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2023년 6월19일 저녁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로테르담필 내한공연은 상투적이지 않고 식상치않은 차이콥스키 비창 연주로 곡 자체가 워낙 우울한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멜랑콜리의 우울로 전개되지 않은 담백함과 깔끔함도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 지휘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연주의 특징으로 꼽을 만 했다

 

지난해 역시 6월13일 화요일 저녁 새로 개관해 어쿠스틱 면에서 수도권 공연장으론 예외적 찬사를 받고 있는 부천아트센터에서 장한나가 이끈 빈 심포니 공연에선 후반부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1악장에서부터 내게 과거 장한나가 지휘자로서 잘해 내야되겠다는 부담감을 털어내고 무대에서 지휘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지휘자 장한나가 무대에서 즐기면서 지휘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은 감을 받았다. 캐나다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가 국내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젊은 거장적 풍모 못지않게 이런 성숙한 연주와 함께 따뜻한 이미지가 필요한 이유를 보였지만 말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교향악축제도 좀더 흡인력있게 클래식 청중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BBC심포니가 다가오는 7월19일 저녁 개막공연을 책임지고 8월27일 사이먼 래틀이 런던심포니의 마지막 고별공연으로서 말러교향곡 제9번을 연주하는등 올해도 2024년 7월19일(금)부터 9월9일(월)까지 여름시즌 영국 런던사람들과 유럽 클래식 고어들의 여름 클래식 감상 스케쥴을 책임지는 영국의 BBC프롬스처럼 이젠 국제화된 교항악축제로 변신해야 할 것 같은 판단은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봐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출처: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0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