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리뷰] [시사매거진] [김준형의 클담24] 엘리아후 인발, “거장의 귀환... 시대를 초월한 완벽한 음악 여정”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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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클담24] 엘리아후 인발, “거장의 귀환... 시대를 초월한 완벽한 음악 여정”

 

KBS교향악단 제810회 정기연주회

롯데콘서트홀(1/24)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24

 

이제 ‘거장’이라는 개념은 지난 시절의 느낌이 아닐까 한다.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 크나퍼츠부쉬 등 거장이라고 칭했던 예술가들과 같은 분위기의 예술가는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경지에 올라선 깊은 예술성을 지닌 음악가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엘리아후 인발이야말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엘리아후 인발(Eliahu_Inbal)_ⓒZChrapek

 

2005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처음 내한하여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는 소식에, 흥분된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찾았다.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여러 차례 내한했고,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도 여러 번 지휘했다.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얼마 전 KBS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기억에 남을 명연이었다.

 

그는 훗날을 내다본 선구자적 혜안을 지닌 지휘자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말러는 물론이고 브루크너(그것도 초판본으로만)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 음반을 수십 년 전 완성한 바 있다.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와 최근에 완성한 말러 전곡 음반은 EXTON의 놀라운 음향과 함께 궁극의 음반으로 인정받는다.

지휘 엘리아후 인발(커버_DENON)

이처럼 대편성의 후기 낭만 이후의 작품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인발이 이번에 선택한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와 버르토크. 인발과 같이 유대인이면서 말러에 능했던 가리 베르티니가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들려줬던 모차르트 제40번과 같이 g단조의 제25번. 영화 <아마데우스>의 인상 깊은 오프닝으로도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예상대로 강력했다. 예리하게 날선 바이올린을 필두로 관악 앙상블의 콘트라스트가 매혹적. 쉬어가듯 정겹고 소담스러운 분위기의 2악장. 인발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3악장은 거인의 음악. 강건한 대비로 거대한 드라마였다. 급진적인 4악장 역시 격렬하면서도 연소도가 높은 명연이었다.

 

 

 

지휘 엘리아후 인발(커버_DENON)

 

2부는 버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인발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버르토크 특유의 리듬과 작품에 깊게 배인 민속적 정서를 풍부하게 재현한 바 있고, KBS교향악단 역시 요엘 레비와 인상적인 명연을 들려준 바 있듯, 익숙한 작품이다. 하지만 언제나 연주하기에 도전적인 곡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텍스처를 명료하고 분명하게 재현함과 동시에 강렬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특히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금관이 포효하면서도 정확하고 에너지 넘치게 연주된 점이 돋보였다.

 

타악기 섹션의 비트가 빚어내는 긴장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현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색은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버르토크의 독특한 음향적 특징을 잘 살려냈다. 끊임없이 오케스트라를 강하게 독려하여, 때로는 거칠었지만, 그만큼 버르토크의 음악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와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준 인발의 리드가 돋보였다.

 

(사진_KBS교향악단)

 

이렇게 끝나는 듯했으나, 청중의 열광 속에 포디움에 다시 오른 인발은 콘서트뿐 아니라 오페라 극장에서 쌓은 솜씨를 발휘했다.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강력한 파워가 예상되었으나, 고적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묘사와 적절한 루바토로 감동적인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역시 마무리는 콘서트홀이 터져 나갈 듯한 폭발적인 에너지와 KBS교향악단의 압도적인 화력이 어우러져 절정에 달했다.

 

포디엄에 등장할 때마다 족적이 역사로 남는 엘리아후 인발. 구순을 앞둔 그가 앞으로 어떤 레퍼토리를 들려줄지. 역시 브루크너와 말러의 교향곡을 기대해 본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제810회 정기연주회(포스터_KBS교향악단) 

 

강창호 기자 alexkang7777@sisamagazine.co.kr

출처: https://www.sis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