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리뷰] [한겨레] '말러 대전'…역동의 츠베덴, 심연 울린 정명훈

  •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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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대전'…역동의 츠베덴, 심연 울린 정명훈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7번


KBS교향악단, 21일 예술의전당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이 2월 말러 교향곡 공연으로 맞붙었다.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7번(20~21일)을 연주하는 모습.  KBS교향악단 제공

 

연초부터 ‘말러 붐’의 기세가 거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제2번, 일명 ‘부활 교향곡’으로 올해 첫 정기연주회의 막을 올렸고 이달에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도 말러 교향곡 제3번으로 올해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국내 교향악계의 양대 산맥인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나란히 말러 교향곡을 무대에 올렸다. 세간에서 ‘말러 대전’으로 부르기도 한 이들 공연은 두 악단의 현주소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츠베덴과 최고 객원 악장, 환상의 호흡

 

지난 20일과 21일,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교향곡 제7번’으로 말러 시리즈를 이어나갔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 재임 중에 말러가 남긴 교향곡 전부를 녹음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공연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말러가 빈 궁정오페라 감독으로 재임하며 인생의 절정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작곡한 교향곡 제7번은 흔히 그가 남긴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만큼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며 매혹적인 교향곡도 달리 없다. 관건은 지휘자와 악단이 얼마나 확고한 비전과 능란한 기량을 가지고 이 곡을 이루는 복잡다단한 요소를 효과적으로 요리해내느냐에 있는데,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는 이런 관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제1악장은 그 어떤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연주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한 명연이었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중간 세 악장도 각각의 특징과 매력을 과부족 없이 드러낸 호연이었다. 마지막 악장에서 집중력과 긴장도가 다소 떨어진 감이 있었으나 큰 문제는 없었고, 고강도 사전 리허설이 선행된 첫날 공연이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수준 높은 공연의 일등 공신은 역시 지휘를 맡은 츠베덴 감독이다. 올봄 미국과 유럽에서 같은 곡의 지휘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준비해서 나왔다는 사실을 그의 태도와 동작에서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객원악장 안톤 바라코프스키를 필두로 한 호화 객원수석진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악장으로 이 곡 연주에 관한 한 현존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한 바라코프스키는 앙상블 리딩과 솔로 연주의 양면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역량을 보여줬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이 2월 말러 교향곡 공연으로 맞붙었다. 정명훈이 이끄는 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21일)을 연주하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KBS교향악단과 ‘부활’로 출발

 

금요일에는 KBS교향악단이 계관지휘자 정명훈, 비교적 소박한 객원 연주자들과 함께 말러의 가장 감동적인 작품인 ‘부활 교향곡’을 연주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올해 사실상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날 공연은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컸다.

 

정명훈의 말러 교향곡에 대한 접근법은 츠베덴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그의 신중한 시선과 노련한 손길은 연주의 외적 완성도보다는 악곡의 깊은 내면으로 향했다. 제1악장은 앙상블의 짜임새를 다잡아야 할 나사가 조금은 덜 조여진 듯 다소 느슨하게 진행됐는데, 대신 곡의 기저에 흐르는 울적한 표정과 회한의 기운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러가 ‘영웅의 장례식, 그의 파란 많았던 삶에 대한 회상’으로 규정한 바 있는 이 악장의 내용에 부합하는 해석이었다.

 

회상조의 제2악장에서 그는 연주를 한층 진중한 흐름으로 이끌며 절절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서정미를 자아냈다. 세상의 아이러니를 풍자한 제3악장에서는 그만의 개성적 해석이 예리하게 번뜩이는 순간이 있었다. 알토 독창자가 등장하는 제4악장에서는 정명훈이 발탁한 신예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그윽한 음성과 감성 가득한 노래로 멋진 방점을 찍었다.

 

대망의 ‘합창 피날레’가 기다리는 마지막 악장에서 정명훈 특유의 ‘영적인 해석’은 절정에 달했다. 앙상블의 완성도는 아주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더러 실수도 나왔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활’을 향한 열망과 의지는 더 절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2332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