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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합뉴스] '말러리안'이라 행복했던 공연…츠베덴과 정명훈의 말러 교향곡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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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리안'이라 행복했던 공연…츠베덴과 정명훈의 말러 교향곡


서울시향, 매혹적인 '밤의 음악'…KBS교향악단, 웅장한 위로 준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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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말러리안'(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팬)을 행복하게 할 공연들이 최근 잇따라 열렸다.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21일 말러 교향곡 7번을, 정명훈 지휘의 KBS교향악단은 지난 21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각각 연주했다.

 

 

◇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매혹적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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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이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들려준 말러의 음악은 매혹적인 밤이었다.

 

말러 교향곡 7번은 어두운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악기들의 다양한 색채로 그려낸 작품으로 일명 '밤의 음악'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밤의 음악'이라는 부제가 붙은 건 2악장과 4악장이고 이를 1, 3, 5악장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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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깔리는 현악에 테너 호른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1악장의 문을 열었다. 테너 호른이 연주한 멜로디가 반복·변주되는 가운데 심벌즈를 비롯한 타악기와 금관악기들이 끼어들면서 음악은 점점 풍성해졌다. 츠베덴은 잠자고 있던 존재를 깨우는 듯한 손짓으로 1악장을 지휘해나갔다.

 

2악장에서도 호른이 문을 열었다. 현악까지 가세하면서 '밤의 음악'이라는 부제처럼 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밤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때때로 들리는 기상나팔 풍의 리듬은 귀를 즐겁게 했다.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듯 츠베덴이 몸을 움직이는 모습도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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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르초라는 부제가 붙은 3악장은 현악이 만들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았다. 이탈리아어로 '농담'(스케르초·scherzo)이라는 의미의 부제답게 재잘거리는 밤이 상상되는 연주였다.

  

4악장에 이르러 밤은 절정에 달했다. 바이올린의 슬픈 정조가 4악장의 문을 열며 밤을 만든 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서로 같은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보다 차분하게 음악을 이끌어 나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악장 역할을 수행한 안톤 바라코브스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악장의 바이올린 솔로 연주가 돋보였다. 만돌린의 소리는 낭만적인 밤을 상상하게 하는 등 연주자들은 다채롭고 매혹적인 밤을 그려냈다.

 

5악장은 조용했던 타악기가 깨면서 웅장하게 시작했다. 트럼펫에 호른까지 가세하며 밤의 분위기를 완전히 지웠다. 츠베덴은 소리를 몰아가는 듯한 손짓과 함께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고 뛰며 끝을 향해 갔다.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이들 연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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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과 KBS교향악단, 웅장한 위로 준 '부활'

 

정명훈 지휘의 KBS교향악단이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 말러 교향곡은 웅장한 위로였다.

 

말러 교향곡 2번은 말러의 대표 교향곡 중 하나로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생과 죽음에 관한 고찰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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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이 힘차게 아래로 손짓하자 현악 소리가 낮고 짙게 깔리며 1악장의 시작을 알렸다. 정명훈의 떨리면서도 절도 있는 손짓은 단숨에 공연에 집중하게 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음울한 선율은 장송곡 같은 분위기를 잡아갔다. 밝아지는 느낌이 들 때면 곧바로 호른 등이 이를 지우며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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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은 바이올린 등에 힘입어 보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명훈은 섬세하게 조율하며 현악의 소리를 들려주는 데 집중하는 듯했다. 연주자들이 피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기법)로 들려주는 선율도 귀를 사로잡았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어 나가는 듯했던 3악장은 점점 곡이 빨라지면서 위태롭고 어두운 분위기로 전환됐다. 분위기가 바뀔 때, 소프라노 황수미와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무대에 등장했다.

 

4악장,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오 작고 붉은 장미여"라며 먼저 부활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가 "차라리 나 천국에 있고 싶어라" 노래할 때는 애절함이, "영원히 축복받은 삶에 이르도록 나를 비추리라" 노래할 때는 의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금관악기 또는 바이올린이 그와 주고받으며 애절함과 의지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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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악장에 이르러 부활의 노래는 높이 울려 퍼졌다. 타악기와 현악으로 웅장하게 시작한 곡은 위태로움을 지나 밝은 쪽으로 향해갔다. 이윽고 소프라노 황수미가 "부활하라"라는 가사로 노래를 시작했다. 고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으로 구성된, 100명이 넘는 혼성합창단도 함께했다. 가창으로만 진행되던 노래는 높은음을 향해 가고 악기가 가세하면서 곡이 고조돼갔다. "나 죽으리라, 살기 위하여! 부활하라"라는 합창단의 노래에 연주자들이 합심해 웅장함을 더한 피날레는 관객에게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 황수미, 이단비는 관객의 환호에 '부활' 5악장 중 피날레 부분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 호응을 유도하는 정명훈의 손짓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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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주회 모두 도중에 무대 출입문을 열고 무대 밖에 있던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려줘 공연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곡도, 분위기도, 지휘자와 연주자도 달랐지만, 말러의 야심을 느끼게 한다는 점은 같았다.

 

 

박원희 기자 encounter24@yna.co.kr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50222030700005?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