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814회 정기연주회[여홍일의 감성, 클래식美학]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선임 생각보다 늦다!”
5월22일(목) 저녁 8시 SAC콘서트홀
KBS교향악단의 고유한 사운드를 직조할 상임지휘자의 빠른 선임이 관객들로선 아쉽다.
5월22일 목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제814회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를 지낸 콜롬비아 출신의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conductor: Andres Ortozco-Estrada)를 초청 객원지휘자로 내세워 리듬감 넘치는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Don Juan, Op.20)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Der Rosenkavalier Suite, Op.59)등 교향시의 향연을 들려줬다.
사실 객원지휘자의 효력이 연주력의 향상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전수될 영향은 솔직히 얘기해서 한번 뿐이다. KBS교향악단의 전임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의 경우도 3년여에 걸쳐 잉키넨 사운드를 확립해온 과정이었고 대항마인 서울시향의 경우 2024년 1월말 뉴욕필 상임지휘자를 거친 네덜란드 출신의 얍 판 츠베덴 상임지휘자가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으로 취임연주회를 가져온 이후 거의 1년반 가까이 츠베덴 사운드를 이식시키며 성공적 연착륙을 거두고 있는 점에 비춰 KBS교향악단만의 사운드를 들려줄 상임지휘자의 임명이 여전히 무소식인 것은 아쉽다.
제814회 정기연주회를 5월22일 목요일 저녁 SAC콘서트홀에서 소화한 KBS교향악단의 경우 리듬감있는 콜롬비아의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의 그런 리듬감 있는 지휘를 첫곡인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에서부터, 그리고 후반부의 교향시 연주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 작품 20’이나 ‘장미의 기사 모음곡, 작품 59’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특별한 의미를 장식한다.
“리듬감있는 지휘, KBS교향악단 814회 정기연주회의 특별한 이목!”
그럼에도 공연이 끝나자 필자의 뇌리에 스쳤던 것은 에스트라다의 그런 흥미로운 리듬감있는 지휘의 효과가 KBS교향악단의 연주자들에게 전수될 시간은 단 한번 뿐이지 지속적으로 단원들의 연주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상임지휘자의 몫까지 대행해줄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면에서 비록 단임으로 끝났지만 2022년부터 2024년 말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했던 핀란드 출신의 피에타리 잉키넨(Pietari Inkinen)의 3년동안 상임지휘자 시절은 KBS교향악단의 잉키넨 사운드를 심어왔던 관점에서 KBS교항악단의 고유한 사운드를 다듬어나갈 새 상임지휘자의 선임은 시급해보인다.
참고로 잉키넨의 3년 상임지휘자 시절을 잠시 회고해보자면 지난 2022년 1월 28일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9대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핀란드 출신으로 동향의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 못지않게 시선이 집중된 피에타리 잉키넨은 특히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이런 섬세한 연주의 연속을 선보여 마치 KBS교향악단이 되돌아왔다(!)는 착각마저 내게 불러일으켰던 기억을 갖고 있다.
2022년 2월26일 오후 바딤 레핀이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무대에 올린 잉키넨의 두 번째 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의 인기가 2022년 연초 임기를 시작한 제9대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을 계기로 회복하고 있다는 방증을 보였다. 전임 요엘 레비의 재임기간 2014-2019년의 악보를 보지 않고 요엘 레비가 무대에서 지휘하던 것에 시간이 흐르며 식상함과 다소 매너리즘을 느끼던 관객들이 ‘새 술은 새 부대에’의 쇄신효과와 맞물려 자국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연주곡을 레퍼토리로 올리고 피에타리 잉키넨의 젊은 지휘자로서의 신선한 이미지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1,2,3층과 합창석까지 관객을 다시 객석으로 불러 모으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피에타리 잉키넨은 역대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달랐던 베토벤 합창(Choral)을 들려주기도 했었고 2023년 가을 유독 외국 교향악단의 국내 클래식 공연장에서 공연러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2년전인 그해 10월27일 금요일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제795회 정기연주회-로망스, 가을을 물들이다’도 국내 교향악단의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란 중마의 외침이자 함성으로 들렸던 것처럼 잉키넨은 KBS교향악단 사운드의 본궤도를 올려놓은데 기여한 지휘자의 이미지로 내게는 오버랩된다.
“기교보다 Orthodox한 정통 스타일에 충실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세포비치!”
지난 5월22일 KBS교향악단의 제814회 협연무대를 장식한 미국-캐나다계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세포비치는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얼음공주로 불리며 차가운 이미지의 바이올니즘을 펼치는 미국계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등과 어떻게 차별화를 보일까가 연주감상의 관전포인트였다.
기교보다 Orthodox한 정통 스타일에 충실한 바이올니즘을 펼쳤다는 느낌을 레일라 요세포비치의 바이올린 연주는 가져다주었는데 이런 느낌을 낳게 한 배경에는 보통 스트라빈스키 하면 그의 발레곡 발레 불새(1910; 19년과 45년에 개정), 페트루시카(1911; 47년에 개정), 그리고 봄의 제전(1913; 47년과 67년에 개정)이 유명, 요세포비치의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잘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대비, 관객들에게 불규칙한 리듬과 복잡한 구조를 통해 청중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 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그의 네오클래시컬 시기의 대표작중 하나로 고전적인 협주곡 형식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불규칙한 리듬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어서 요세포비치의 연주를 통해 스트라빈스키 발레곡들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도 엿볼 수 있었다.
캐나다 태생의 미국 바이올리니스트인 레일라 요세포비치의 해외 무대에서의 그녀의 화려한 연주 캐리어에도 불구, 그녀가 생각보다 국내 무대에 많이 서지 못했음에도 요세포비치의 KBS교향악단과의 협연무대는 그녀의 이런 숨은 진면목을 소개했다는데 공연협연의 의미가 크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세포비치는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을 즐겨 연주하며 현대 바이올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연주자로 알려져있다. 현존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는 요세포비치는 콜린 매튜스, 루카 프란체스코니, 존 애덤스, 에사 페가 살로넨등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직곡한 협주곡을 포함해 많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초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최근 시즌의 공연에서도 베를린필, 콘세르트헤바우, 시카고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 것을 비롯, 그녀의 연주 캐리어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파보 예르비, 마티아스 핀처, 욘 스토르고르, 크리스티안 마첼라루, 토마스 쇤더고르, 에사 페카 살로넨,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한누 리투, 존 애덤스등 정상급 지휘자와 함께 연주한 공연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여홍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