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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화뉴스] [KBS교향악단 제816회] 쇤베르크와 시쉬킨으로 정면승부...KBS교향악단의 존재감

  • 202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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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제816회] 쇤베르크와 시쉬킨으로 정면승부...KBS교향악단의 존재감

 

“펠레아스 멜리장드, Op.5의 관현악 대곡으로 외국악단들에 맞불!”

 

KBS교향악단 제816회 정기연주회

7월18일(금)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펠레아스 멜리장드, Op.5의 관현악 대곡으로 외국악단들에 맞불!”

 

건반을 폭넓게 쓰는 스타일에다 젊음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프로코피예프를 풀어낸 러시아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의 협연장면.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이 서울시향과 마찬가지로 파리오케스트라, 뉴욕필,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등 6-7월 외국교향악단의 연이은 서울무대에 맞서 존재감을 보이는 관현악곡으로 악단의 존재감을 보였다.

 

지난 7월18일 금요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제816회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이 전 서울시향 수석지휘자로도 활동해 국내 팬들에게 얼굴이 익숙한 독일계 지휘자인 마르쿠스 슈텐츠와 후반부 메인곡으로 연주한 레퍼토리는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Op.5'. 쇤베르크는 흔히 무조성 음악의 대가로 알려져있는데 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그의 후기 낭만주의적 성격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매우 거대하고 화려한 음악의 성격이 특징인 관현악곡인 탓에 상반기 잇따른 외국 교향악단들의 공연러시속에서 KBS교향악단도 이에 뒤지지 않는 맞불 대작 관현악곡의 연주로 맞선 것으로 비쳐진 까닭이다.

 

이날 객석에 함께 한 필자의 심성에는 예기치 않은 외국 교향악단들의 상반기 끝 무렵 서울공연 러시속에서 서울시향과 마찬가지로 KBS교향악단 역시 존재감있는 관현악곡의 연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는 점이 주목할 만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어깨와 몸 들썩이며 지휘하는 슈텐츠식의 이색적 지휘도 한몫!”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작품 5’는 음악적 특징면에서 그의 초기 작품의 특징인 무한 연속체와 확장된 조화법, 그리고 다양한 동기의 변이기법을 활용하여 표현되었다. 이 교향시는 짙은 감정과 강렬한 드라마틱함을 가지고 있으며 쇤베르크의 후기 로맨티시즘 스타일을 잘 보여줘 음악사적 위치 측면에서도 이 교향시는 쇤베르크의 초기 작품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품중 하나로 꼽히며 그의 음악적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KBS교향악단이 밀도감 높은 연주로 이런 해외교향악단들의 레퍼토리에 맞서는 관현악곡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는데 일조하게 된데에는 어깨와 몸을 들썩이며 지휘하는 슈텐츠식의 이색적 지휘도 한몫을 했다.

 

이날 연주회는 KBS교향악단의 이런 존재감있는 관현악곡의 레퍼토리 못지않게 예전 서울시향의 수석지휘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마르쿠스 슈텐츠의 재발견이란 측면에서도 관객의 관심을 받았는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슈텐츠는 네덜란드 방송 관현악단의 수석지휘자,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를 거쳐 최근에는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등 다수의 중요직책을 역임한 지휘자다.

 

그는 11년동안 쾰른시 음악감독겸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며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바그너의 반지 사이클과 로엔그린, 탄호이저,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야나체크의 예뉴파와 카탸 카바노바, 외트뵈시의 사랑과 다른 악마들을 지휘해 유럽 무대에서 쌓은 그의 지휘 캐리어가 KBS교향악단의 밀도있는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Op.5' 지휘에 녹아들어 KBS교향악단의 존재감있는 관현악곡의 연주에 일조한 것이다.

 

참고로 올 6-7월 예년과 달리 예외적으로 해외의 파리오케스트라, 뉴욕필,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등 저명오케스트라들이 서울무대를 다녀갔는데 이들 오케스트라들의 주 연주 레퍼토리들은 파리오케스트라의 경우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Op.14, 뉴욕필은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로 크리스티안 짐머만 협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조나단 노트가 이끄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와 봄의 제전등을 메인 레퍼토리들로 들려줬다.

 

이런 와중에 앞선 국내의 서울시향은 지난 6월26일 정기연주회에서 들려준 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이나 7월4일의 미겔 하스베도야 지휘의 정기연주회 메인 레퍼토리 연주곡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이런 해외 연주단체들의 러시에 맞설 수 있을 회심의 연주곡들이어서 주목을 모았다.

 

“건반을 폭넓게 쓰는 스타일에다 젊음의 풋풋함이 묻어난 시쉬킨!”

 

제815회 정기연주회날인 6월 12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은 KBS교향악단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의 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은, KBS교향악단의 계관 지휘자이자 이탈리아 라스칼라 음악감독을 맡게 된 70대 초반의 노장 지휘자로서의 묵직한 면과 산처럼 육중하게 서 있는 면을 동시에 보여주어, 핀란드계 지휘의 신성 메켈레와 상호 대척점에 있는 대조된 면을 부각시켰다고 보여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연주 레퍼토리들에 맞서는 KBS교향악단의 회심의 또다른 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보고 싶다.

 

지휘자 정명훈은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지휘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브루크너 교향곡의 깊은 영적 체험 못지않게 부담 없이 편안히 듣도록 하는 데 일가견을 보였다. 이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이 브루크너의 전형성이 다소 후퇴한 대신 보다 대중적인 취향에 가까운 선율미가 넘치기 때문에 브루크너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들이 좋아하는 곡으로 꼽는 경우도 있는 탓으로 보인다.

 

어깨와 몸을 들썩이며 지휘하는 슈텐츠식의 이색적 지휘도 KBS교향악단의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러시 레퍼토리들에 맞서는데 일조했다.? 

 

피아노 협연을 맡은 30대 초반의 러시아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으로 건반을 폭넓게 쓰는 스타일에다 젊음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프로코피예프를 풀어냈다.

 

오늘날 이 협주곡은 주제의 아름다움, 상쾌한 다이내미즘, 풍부한 색채 등으로 인해 고금의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것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이 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피아노의 기계적 속성을 극대화하여 이루어낸 음들의 순수한 조화 및 대비 효과인데 그러면서 동시에 러시아적인 정경과 정서를 강하게 환기시키는 일면도 갖고 있다.

 

드미트리 시쉬킨의 이런 건반을 폭넓게 쓰는 스타일과 젊음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의 피아니즘은 예전 그의 내한 리사이틀에서의 걸출한 피아니스트들의 내한 릴레이속에서 그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생존법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24년 3월1일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도 시쉬킨은 러시아 자국 출신의 예브게닌 키신(Evgeny Kissin)이나 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등에 비해 관객흡인력이 높은 피아니스트라고 볼 수는 없는 핸디갭을 감안, 자신의 생존법을 펼친 피아니즘의 인상이 내게는 깊다.

 

지난해 2024년 3월1일 휴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년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드미트리 시쉬킨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지켜보면서 연주에만 몰입하며 연주로 승부하고자 하는 피아니스트 시쉬킨을 다시 보게 됐다. 과잉스런 쇼맨십등의 유혹이 따를 수 있는 3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에만 천착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이면서 연주로 승부하는 드미트리 시쉬킨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인상을 새롭게 심어준 것이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출처: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0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