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리뷰] 균질한 사운드, 균질한 연주력 'KBS교향악단 제729회 정기연주회' (2018.05.03)

  •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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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균질한 사운드, 균질한 연주력 'KBS교향악단 제729회 정기연주회'

[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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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 립스키는 균질한 사운드로 스코틀랜드의 안개 낀 풍경을 표현했다. (사진: KBS교향악단)


기우에 불과했다. 아리에 립스키(Arie Lipsky)는 개인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타다아키 오타카(尾高 忠明)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균질의 사운드
이번 연주회의 지휘자가 교체됐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걱정했다. 메인프로그램인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모차르트 <교향곡 32번>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등 이른바 맛을 내기 힘든 레퍼토리로 이번 연주회가 구성된 까닭이다. 보통 이런 경우 대신 무대에 서는 지휘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곡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하곤 한다. 하지만 립스키는 예정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그의 선택을 접하곤 생각했다. “이 지휘자가 아주 자신 있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겠다.”


립스키는 균질의 사운드를 구사했다. 템포가 빠르던지 느리던지, 음량이 크던지 작던지 균일하고 매끄러운 사운드엔 변함이 없었다. 멘젤스존 음악의 대표적인 특징은 세련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립스키의 해석은 멘델스존과 잘 어울렸다. 1악장의 도입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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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은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1악장 61마디 지점에서 박자와 템포에 변화를 줬다.


비올라가 오보에, 클라리넷과 함께 이루는 서주가 16마디 이어진다. 작곡가가 서주에서 비올라에게 주선율을 연주하도록 한 것은 안개 속 스코틀랜드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멘델스존이 1831년에 “이 교향곡은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멀리 달아난다. 스코틀랜드의 안개에 싸인 것 같은 분위기를 표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고 남긴 메모를 보면 이런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쏟은 것을 알 수 있다.


비올라의 바이올린처럼 명징하지도, 첼로처럼 중후하지도 않은 다소 의뭉스러운 음색은 흐릿하지만 흥미로운 음악적 텍스쳐를 제공한다. 립스키의 템포엔 여유가 있었다. 만약 빠르고 명징하게 서주를 연주했다면 안개 속의 풍경과 같은 텍스쳐가 왜곡됐을 것이다. 그리고 61마디 지점에서 3/4박자가 6/8박자로, 안단테(andante, 느리게)가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로 바뀌며 분위기가 전환되는데, 이런 음악적 효과도 감소했을 것이다.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의 경우 음악적 통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 악장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날 립스키는 각 악장 사이에 짧게 휴지기를 가졌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균질한 사운드가 작품 전체를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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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네 팅 헬세트는 화려함을 뒤로하고 진지한 연주를 선보였다. (사진: KBS교향악단)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노련함
립스키는 연주회 1부에서 협연지인 트럼페터 티네 팅 헬세트(Tine Thing Helseth)와 호흡을 맞추는 동안에 언제나 한 발 물러나 반주의 역할에 충실했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을 중심으로 이날의 연주를 되짚어보자.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은 2/4박자로 구성돼 있다. 널리 알려진 주제 선율의 첫 두 마디는 점4분음표와 8분음표가 모여 두 박자로 한 마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많은 연주자들은 8분음표를 뒤에 등장하는 점4분음표에 바짝 붙여 연주함으로 8분음표를 앞꾸밈음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주가 한층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세트는 하이든이 활동했던 시대의 배경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리허설 중에도 여러 번 “이 곡은 하이든의 음악이다”며 “하이든의 특성을 살려 연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출연진의 작품 이해도와 연주 완성도가 높은 연주회였다. 이런 연주회의 배경에는 갑자기 지휘자가 연주를 취소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지휘자를 찾아 투입하는 등 사무국의 빠른 대처가 있었다, 이번 연주회의 성공은 사무국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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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 트럼펫 솔로 부분.


KBS교향악단 제729회 정기연주회
일시·장소: 4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아리에 립스키
협연: 트럼펫 티네 팅 헬세트
연주: KBS교향악단


프로그램
모차르트: 교향곡 32번 G장조 KV 318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 flat장조 Hob. VIIe: 1
훔멜: 트럼펫 협주곡 E flat장조 S. 49
멘델스존: 교향곡 3번 A단조 op. 56 “스코틀랜드”



권고든 withinnews@gmail.com


원문 출처: http://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48&category=149&item=&no=15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