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적 오케스트라 단원?…야근·주말근무 다반사예요
KBS교향악단서 20년 한우물 김우진 첼로 수석
평일엔 연주회·주말 초청공연
국가 기념일도 연주 도맡아
평양 남북합동연주회 기억남아
아버지 동생 등 음악가 집안
독주회·실내악도 병행할것
[사진 제공 = KBS교향악단]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은 클래식 연주자들도 조직 생활을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면 정기적으로 출퇴근하고, 좋든 싫든 무대에 올라 일(연주)을 해야 한다. 80~90명의 단원 내에선 음악감독, 악장, 부악장, 수석, 부수석 같은 나름의 위계가 존재한다. 연주회 일정상 공휴일·주말 근무가 빈번하다. 평일 연주회는 밤 10시가 넘어 끝나는 탓에 귀가하면 자정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녹록지 않는 게 교향악단 생활이다.
국내 최고 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의 김우진 첼로 수석(51)이 올해 근속 20주년을 맞았다. 그의 부친 고 김용운 이화여대 교수도 KBS교향악단 단원을 역임해 부자(父子)가 한 오케스트라에서 근무한 흔하지 않은 경우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S교향악단 사무실에서 김 수석을 만났다.
"20년 근속 의미요? 사실 아주 흔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희귀하다고 할 수도 없어요. 현재 저희 교향악단에는 1982년에 입사한 분도 계시거든요."
서울대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김 수석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뒤 1999년 귀국했다. 이후 2001년 2월 KBS교향악단에 입사했다.
"입사하고 나서 직장 생활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했어요. 입사 한 달 뒤부터 무대에 올랐는데 첫 2주 동안 일주일에 3차례씩 총 6회 연주회를 소화했어요. 일반 직장과 비교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주 1회 연주회가 주 5일 근무랑 같아요. 연주회를 앞두고 매일 한 차례씩 총 3회 리허설을 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개인 연습과 연주회 당일 일정까지 감안하면 딱 주 5일 근무가 돼요. 그런데 주 3회 연주회를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일정이었어요.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에 출장까지 가는 일정이었던 셈이죠."
모든 직장인마다 애환이 있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산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교향악단 정기연주회는 목·금요일에 열리지만 초청공연은 주로 주말에 열리죠. 초청공연이 잡히면 주말은 없는 셈이에요. 또 KBS교향악단은 광복절이나 삼일절 같은 국가 기념일에 열리는 행사에서 연주를 도맡다 보니 공휴일 근무도 잦아요. 평일 연주회도 밤 10시가 넘어 끝나니 자정쯤 집에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이런 생활은 남자들도 힘들지만, 특히 가정이 있는 여성 단원들이 힘들어해요. 연주 때마다 친정, 시가에 아이들을 맡기거나 돌봐줄 분을 구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국내 최고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한다는 건 여느 연주자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교향악단 합동 연주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했는데, 민요를 기반으로 한 창작작품을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강렬했어요. 단원들 모두 완벽하게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더군요. 일종의 군무를 추듯 단원들이 물결치듯 움직이며 연주하는데 전체주의 선전음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북한 단원들에게 송진, 악기 줄 같은 소모품과 스타킹 같은 생필품을 선물해 줬어요. 예쁘게 포장해서 주면 도리어 자존심이 상해할까 봐, 선물 아닌 척 툭 건넸죠."
김 수석 집안은 그야말로 음악가 집안이다. 부친 김용운 교수는 비올라 연주자였고, 동생 김상진 연세대 음대 교수는 국내 대표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김 수석의 아내(오윤주 성신여대 교수) 역시 피아니스트다.
"아버지께서 1972년까지 KBS교향악단에 계시다가 오스트리아의 브루크너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직장을 옮기셔서 KBS교향악단 단원이셨던 아버지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께선 다른 음악가들과 달리 자녀에게 악기 교육을 일찍부터 시키지 않으셨어요.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셨죠(웃음). 그래서 전공자로선 다소 늦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제가 악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바이올린을 시켜보다가 '넌 덩치가 있으니 첼로가 좋겠다'며 첼로를 시켜주셨죠."
김 수석은 바쁜 연주 일정을 쪼개가며 실내악과 독주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코리아나챔버뮤직소사이어티와 서울솔리스트첼로앙상블 두 곳 실내악 단체를 통해 연 5~6회 실내악 공연 무대에 올라요. 또 2년에 한 번씩은 제 개인 독주회를 꼭 열려고 하고요. 독주와 실내악 연주는 음악적 표현과 기술적 측면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연주와 차이가 많이 나요. 오케스트라 연주만 하게 되면 어떤 음악적 부분은 점점 퇴화하게 되죠. 독주와 실내악 연주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죠. 정년까지 9년 남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살게 될 것 같아요."
[오수현 기자]
오수현(so2218@mk.co.kr)
원본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3&sid2=242&oid=009&aid=0004819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