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은 젊은 거장… 당장 뉴욕 카네기홀 서도 될 만큼 압도적”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 佛 피아니스트 바부제 인터뷰
김성현 기자
입력 2022.06.29 03:00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인 피아니스트 장 에프람 바부제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 6. 28 / 장련성 기자
“임윤찬은 이미 18세 소년이 아니었다. 젊은 거장(Master)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28일 서울 여의도 KBS교향악단 연습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던 프랑스 명피아니스트 장 에프람 바부제(59)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대회 기간인 3주간 임윤찬을 비롯해 본선 참가 피아니스트 30명의 연주를 일일이 듣고 평했다. 바부제는 “참가자들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울었는데, 특히 임윤찬의 결선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당장 뉴욕 카네기홀에 서도 될 만큼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임윤찬의 이 협주곡 실황은 유튜브에서도 조회수 300만 회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바부제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2011년과 2014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인 그라모폰의 ‘최고 협주곡 녹음상’을 받은 대가(大家). 인터뷰 도중 그는 콩쿠르 기간에 자신의 평가를 빼곡하게 적어 놓은 노트 한 권을 꺼냈다. 이 노트를 보면서 그는 사견을 전제로 “대회 초반부터 명백한 사실이 두 가지 있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임윤찬의 재능이 월등하다는 점과 훌륭한 스승(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인 피아니스트 장 에플랑 바부제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 6. 28 / 장련성 기자
임윤찬의 흠결 없는 연주력, 폭발적인 타건(打鍵), 확신으로 가득한 해석은 공통적으로 쏟아진 상찬. 여기에 바부제는 임윤찬의 현대음악 해석력에도 칭찬을 보탰다. 이번 콩쿠르 참가자들은 영국 명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의 ‘팡파르 토카타’를 연주했다. 임윤찬은 우승과 함께 청중상·현대음악 연주상까지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바부제는 “새로 접하는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그의 능력도 훌륭했지만, 의무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연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바부제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허프의 작품을 즉석에서 암보(暗譜)로 연주했다. 그는 “참가자들의 연주를 계속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우게 됐다. 곡 중간의 재즈적 선율이 매혹적인 작품”이라며 웃었다.
바부제 역시 1986년 독일 쾰른에서 열렸던 베토벤 콩쿠르 우승자 출신. 하지만 그는 “콩쿠르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극한까지 시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부정적 속성도 지니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초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예술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콩쿠르 입상자들에게 두 가지를 조언했다. “서양 음악의 중핵(中核)에 해당하는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에 평생 매진해야 한다”는 점과 “삶은 일직선이 아니기에 좌절하고 실패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한쪽에서 보면 삶은 혼돈으로 가득한 것 같지만, 시간을 두고 다른 쪽으로 돌아가서 보면 명백해질 때가 있다. 그 시행착오나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라.”
출처 : https://www.kbssymphony.org/ko/info/news.php?board_code=view&number=27297&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