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12.07 [국민일보] 200주년이라 더 특별한 베토벤 ‘합창’ 교향곡

  • 2024-12-07
FILE :




200주년이라 더 특별한 베토벤 ‘합창’ 교향곡


12월 국내 클래식 대표 레퍼토리

 

 

지난해 서울시향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에 선 4명의 독창자들. 교향곡에 성악이 처음 쓰인 합창 교향곡에는 혼성 합창 외에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필요하다. 서울시향 제공

 

12월 국내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레퍼토리는 단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합창 교향곡은 베토벤이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이자 음악사에서 성악을 넣은 첫 교향곡이다. 4명의 독창과 합창이 나오는 4악장 때문에 ‘합창’이란 별칭을 가지게 됐다. 4악장의 성악 가사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서 가져왔다. 자유와 희망, 화합과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은 ‘환희의 송가’는 젊은 시절 베토벤을 매료시켜 오랫동안 작곡의 소재로 염두에 뒀었다.

 

올해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초연된 지 200년이 된 해다. 합창 교향곡은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초연됐다. 베토벤은 당시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였지만 직접 지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이 지휘하면 연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조력자로 지휘자 미하엘 움라우프가 함께 무대에 섰다. 연주가 끝나자 열광적인 환호가 터져나왔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은 오케스트라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자 알토 가수가 베토벤을 객석으로 향하도록 해 관객의 환호에 답례하도록 했다.

 

 

베토벤이 ‘합창’ 초연 당시 지휘하는 모습을 담은 19세기 판화. 위키피디아 커먼스 제공

 

초연은 성공했지만, 베토벤 생전에 합창 교향곡이 연주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작품 규모가 커서 인원이 많이 필요했던 데다 곡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토벤 사후 자주 연주되는 한편 음악사적으로 브람스, 바그너, 말러, 브루크너, 리스트 등 후배 작곡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인류 최고의 걸작’이란 찬사를 받기도 한 이 작품은 20세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상징성이 큰 기념행사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특히 4악장 ‘환희의 송가’는 1985년 유럽연합(EU)의 공식 국가(國歌)로도 채택됐다.

 

연말에 합창 교향곡이 처음 연주된 것은 1차 세계대전 종전 2개월 만인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콘서트다.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를 제외하고 구미 오케스트라들이 연말에 합창 교향곡을 정례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적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 연말 레퍼토리로 합창 교향곡을 즐겨 올리는 것은 일본이다. 전국에서 150회 안팎으로 열린다. 특히 올해는 일본인에 의한 합창 교향곡 초연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서 합창 교향곡이 초연된 것은 1948년 11월 서울교향악단 창단 1주년 기념공연에서다. 하지만 출연 인원이 많은 탓에 이후 국내에서 드문드문 연주됐다. 그러다가 국내에서 붐이 일어난 것은 2000년대 들어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이끌던 서울시향의 영향이 크다. 서울시향은 2008년 12월 합창 교향곡을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매년 12월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향 이후 다른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연말 레퍼토리로 연주하고 있다. 덕분에 다른 계절에 합창 교향곡을 듣는 게 어려워졌을 정도다. 그나마 올해는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6월, 백정현 지휘 서울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9월에 합창 교향곡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12월을 맞아 서울에서는 오는 8일 고잉홈프로젝트, 16일 홍석원 지휘 한경아르테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20일 얍 판 츠베덴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21·24일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KBS교향악단이 합창 교향곡을 올린다. 8·16·24일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20·21일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리고 19일 충남교향악단, 20일 대전시립교향악단과 강릉시립교향악단, 27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각각 단체가 상주하는 지역에서 합창 교향곡을 공연한다. 이외에 일부 공연장에서 연말 콘서트의 일부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규모를 줄이거나 편곡해서 4악장만 연주하기도 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출처: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3371664&code=1314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