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성악가 진용, 연말 ‘합창’ 대결
서울시향-KBS 교향악단 초연 200년 ‘합창’ 공연
황수미·서선영·사무엘 윤·박종민·김성호 눈길
국내 대표적 교향악단인 서울시향과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의 연말 ‘합창’ 교향곡 공연 대결이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올해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초연 200주년이다. 그래서인지 두 악단 모두 화려한 성악가 진용을 내세운다. 올해 취임한 서울시향의 네덜란드 태생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이번 ‘고별 공연’을 끝으로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을 떠나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의 지휘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초연됐다. 53살이던 베토벤은 1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자신의 아홉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교향곡 초연 장면을 지켜봤다. 이미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여서 연주가 끝난 것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음악사에서 이 곡은 성악곡이 삽입된 첫 교향곡이다. 4악장에서 4명의 독창자(솔리스트)가 부르는 독창과 합창이 등장해 ‘합창’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서울시향이 19일과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합창’ 공연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들이 전면에 나섰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2014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금빛 한복 차림으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성악가다. 테너 김성호는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비비시(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동심초’를 불러 가곡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베이스 박종민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유럽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전속 가수로 활약했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 황수미는 독일 본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였고, 김성호는 현재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다. 박종민은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극장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전속 가수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내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 출연하는 박종민은 성악가로서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오로지 바그너(1813~1883)가 작곡한 오페라만 공연하는 음악제다. 한국인 성악가로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아버지로 유명한 베이스 필립 강(강병운)과 연광철, 전승현,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 테너 김석철 등 극소수만 무대에 올랐다.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이 오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합창’도 성악가 진용이 밀리지 않는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스위스 바젤 국립오페라단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했다. 테너 국윤종은 독일 하노버오페라극장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했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은 2012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