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에도 좌중 '압도'…무대 휘어잡는 백전노장들
'KBS 음악회' 지휘하는 인발
89세 고령에도 '질풍노도' 표현
현존 최고령은 98세 블롬스테트
역대 기록은 104세 프랭크 에몬드
음악 세계에 나이 제한은 없다. 오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제810회 정기연주회’에서 이스라엘 출신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봉을 잡는다. 1936년생인 그는 올해 89세다.
인발이 지휘할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은 청춘의 격정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이 곡은 18세기 중반 유행한 ‘질풍노도 운동’ 양식이다. 격렬한 감정 표출이 두드러진다. 구순을 앞둔 인발의 지휘는 이런 격정이 청춘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메시지와도 같다.
이번 연주회에선 나이 간 경계도 무너진다. 무대에 오르는 첼리스트 한재민은 2006년생으로 인발과는 70세 차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원숙함을 담아 50대에 작곡한 첼로 협주곡 1번을 10대 첼리스트가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역 최고령 지휘자로는 98세인 스웨덴의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가 첫손에 꼽힌다. 스웨덴 노르셰핑 심포니, 노르웨이 오슬로필,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등에서 활약한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NDR 심포니(현 NDR 엘프필하모니) 등에서 수장을 맡았다. 빈 필하모닉에 데뷔한 건 84세가 돼서였다. 교향악 지휘에 힘쓴 그는 지난해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음반을 내놨다. 오는 30일과 31일에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 7일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멋진 음악이 많지만 지휘자의 수명은 너무 짧다”고 했다.
89세인 주빈 메타는 올해도 인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공연을 계속한다. 1960년 뉴욕 필하모닉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후 66년째 무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에선 ‘한국의 토스카니니’로 불린 1세대 지휘자 임원식이 83세이던 2002년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그해 타계하기 석 달여 전에도 자신이 세운 서울예고 학생들을 위해 멋진 지휘 솜씨를 발휘했다.
역사에 남은 최고령 지휘자는 2022년 미국 공군 악단을 이끈 지휘자 프랭크 에몬드다. 당시 그의 나이는 104세였다. 그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당일 펜실베이니아 전함에서 호른을 연주한 음악가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88세 나이에 작고한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도 스승의 이름을 따 창단한 사이토 기넨 오케스트라를 87세에 지휘하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