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한 시대가 낳은 ‘인민의 베토벤’… 냉소·저항이 꽃피운 음악으로 초대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서거 50주년을 기해 그의 음악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무대가 열린다.
■ ‘서거 50주년’ 쇼스타코비치를 듣는 5가지 방법
89세 지휘자와 19세 첼리스트
KBS교향악단과 예술적 교감
서울시향, 獨 게르하르트 협연
300년 된 첼로선율 기대해볼만
부산시향은 최하영과 한 무대
롯데콘서트홀·아레테 콰르텟
협주곡·교향곡 등 상차림 풍성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다. 철저한 레닌주의자였던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압제 아래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을 구현했다. 냉소와 저항을 동력 삼아 단단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으니, 혼돈의 시대가 만들어낸 천재라 불러야 할까.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봄부터 가을까지 국내 주요 공연 단체들이 각기 해석한 쇼스타코비치를 선보인다. 기술적 실력과 진정성, 그리고 혁신성까지 두루 조화를 꾀했던 쇼스타코비치의 면모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를 듣는 5가지 방법이다.
◇KBS교향악단, 노년 지휘자와 청년 연주자의 교감 주목 = 쇼스타코비치를 재조명하는 첫 연주는 KBS교향악단이 담당한다. 오는 2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810회 정기연주회 2부 무대에서 선보이는 ‘첼로 협주곡 제1번’으로, 1936년생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 2006년생 첼리스트 한재민의 만남부터 화제다. ‘70세 차이’를 뛰어넘어 보여줄 예술적 교감은 과연 어떤 선율을 빚어낼까. 특히,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가 50대에 작곡해 원숙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19세 젊은 연주자의 패기와 89세 지휘자의 관록이 만나 어떤 새로운 해석이 나올지, 그것은 어떻게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봄밤을 적시는 고색창연 첼로 선율 = 오는 3월 29일에는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첫 번째 편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3중주 제2번을 들을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가 친구이자 학자였던 이반 솔레르친스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곡으로, 독일의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가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선보인다. 게르하르트는 친숙한 곡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며 열정적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애용하는 1710년산 마테오 고프릴러 첼로의 고즈넉한 음색이 봄밤을 적실 예정. 5월 15일 관현악 정기공연 ‘드뷔시와 라벨’에서도 쇼스타코비치가 가장 먼저 울려 퍼진다. 싸늘하면서도 강렬한 선율이 특징인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2001년 16세 나이로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가 협연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퀸 엘리자베스 우승 최하영 협연= 올해 부산콘서트홀 개관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부산시향은 6월 정기연주회에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제1번’과 ‘교향곡 제10번’ 두 곡을 준비했다. 상반기 대미를 쇼스타코비치를 위한 콘서트로 꾸리는 것. 특히, 첼로 협주곡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해 역동적이고 화려한 현의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교향곡 제10번은 스탈린이 사망하던 해에 작곡된 곡으로,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작곡가가 살아낸 복잡한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곡이기도 하다. 초기엔 러시아 전통 음악과 서양 클래식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진보적 음악 실험을 통해 독창적 스타일로 발전시킨 쇼스타코비치. 그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인민의 베토벤’이라 불리는지 증명할 것이다.
◇롯데콘서트홀, 협주곡·교향곡·소나타… 늦여름의 진수성찬 = ‘클래식 레볼루션’ 시리즈를 통해 비수기 여름 시즌을 음악 축제의 계절로 바꿔놓았던 롯데콘서트홀은 올해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더욱 내실 있는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스펙트럼: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는 새로운 음악감독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지휘 아래 리사이틀, 실내악, 오케스트라 공연, 마스터 클래스 등 말 그대로 스펙트럼 넓은 무대를 선보인다.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첼로 협주곡 2번, 교향곡 4번·6번·15번을 들을 수 있다. 또, 현악 4중주와 피아노 5중주, 바이올린·첼로·비올라 소나타까지, 넉넉하고 풍성한 상차림이 준비돼 있다.
◇금호아트홀 아레테 콰르텟, 아름답고 탁월한 앙상블 = 클래식계의 새로운 주인공을 탄생시켜온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이 올해 처음으로 실내악단을 선정했다. 바이올린 전채안·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 등 20∼30대 초반 젊은 음악가들로 이뤄진 아레테 콰르텟은 “근현대 작품 연주에 특별한 흥미와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이 쇼스타코비치와 만나 ‘공명’하는 순간은 가을에 볼 수 있다. 9월 4일 ‘필연’을 주제로 한 무대에서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현악 4중주 1번을 연주할 예정. 아레테 콰르텟은 2020년 금호영체임버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24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출처: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501220103201205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