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살 지휘자와 19살 첼리스트의 협연…‘세대 교감’이 흐른다
KBS 교향악단 24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구순을 앞둔 노장 지휘자와 스물이 되지 않은 청년 연주자의 협연이 눈길을 끈다.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이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공연은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 첼리스트 한재민의 협연이다. 1936년생인 89살 지휘자와 2006년생인 19살 첼리스트가 70년 나이 차이를 넘어 호흡을 맞춘다.
이스라엘 출신인 인발은 생물학 법칙을 거슬러 여전히 통찰력 넘치는 음악 세계를 펼쳐내는 ‘백전노장 지휘자 계보’의 앞자리에 있다. 현역 최고령 지휘자는 지금도 활발히 포디움에 오르는 스웨덴 태생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98)가 첫손에 꼽힌다. 이달 30~31일에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지휘한다. 온라인 클래식 사이트 ‘바흐트랙’은 2023년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10위’로 그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멋진 음악이 많은데 지휘자의 수명은 너무 짧다”고 했다. 인발과 동갑인 89살 주빈 메타 역시 지휘봉을 놓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2023년부터 인발과 마렉 야노프스키(86), 크리스토프 에센바흐(85) 등 80대 중후반 지휘자들이 잇달아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모두 꼿꼿이 선 자세로 흔들림 없이 지휘봉을 휘저었다.
인발은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여러 음반상을 받았다. 쇼스타코비치 해석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지휘자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 교향곡 25번과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준다. 첼리스트 한재민과 협연하는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1번이다.
한재민은 2021년 15살 나이에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엔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여러 국제 콩쿠르를 휩쓸었다. 2022년엔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로 등극하더니, 유럽 명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케이디(KD) 슈미트와 전속 계약까지 맺었다. 이 기획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요요마 등의 소속사로도 유명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