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KBS교향악단·도쿄필 '화합의 선율'
한일 수교 60년 맞아 롯데 후원
2~3일 양국서 말러 1번 등 연주
한일 연주자 100여 명으로 꽉 찬 무대 위, 이날만큼은 못다 푼 역사적 앙금도 정치적 이해관계도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합동 공연이 열렸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롯데그룹이 후원한 공연으로, 양 악단의 단원 각 56명, 55명이 한 무대에 올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서로 다른 두 악단의 소리를 하나로 모아낸 주축은 지휘자 정명훈이었다. 도쿄필 명예음악감독이자 KBS교향악단 계관지휘자로 두 악단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그의 카리스마가 이번에도 통했다. 정명훈은 주제에 담긴 자연의 서정적 풍경을 공들여 묘사하면서도, 격정적인 기승전결 또한 놓치지 않으며 곡에 깊이감을 더했다. '폭풍 같은 움직임'이라는 지시어가 붙은 4악장 등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에서 다소 급하게 연주된 부분도 있었지만, 마무리는 여지없이 웅장하고 깔끔했다.
정명훈은 연주 직후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화답하며 모든 악기 연주자를 챙겼다. 도쿄필 클라리넷 수석 알렉산드로 베베라리 등이 호연으로 큰 환호를 받았다. 정명훈은 특히 화합의 의미를 다지듯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파트별로 나란히 앉은 양국 수석 연주자를 일으켜 세워 양손으로 맞잡는 이례적인 커튼콜도 연출했다. 이번 연주의 악장(제1 바이올린 수석)은 도쿄필의 미우라 아키히로가 맡았고, 각 파트 수석은 상대국 나라에서 번갈아 담당했다.
이날 말러 1번에 앞서 1부에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이가라시 가오루코가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제10번'을 협연했다. 두 연주자는 마주 보고 눈짓을 주고받으며 합을 맞췄고,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소리를 내는 선우예권의 타건이 흐름을 이끌었다.
이번 공연은 2일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도 열렸다. KBS교향악단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기립박수가 이어져 커튼콜을 마치고 퇴장했던 지휘자와 단원들이 다시 무대로 나가 인사하는 이례적 상황도 만들어졌다. 서울 공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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