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통합징수법 재표결서 가결...KBS "새로운 출발점"
17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 찬성 212표 반대 81표
[PD저널 =엄재희 기자] TV수신료를 전기요금 합산해 징수하는 '수신료 통합징수법'(방송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가결됐다. 지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TV수신료를 분리고지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시작된 수신료 논란은 국회 입법으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 안건으로 상정된 수신료 통합징수법안은 재석 의원 299명 중 찬성 212표, 반대 81표, 기권 4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TV수신료 통합 징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민 선택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재의결에 상정된 8개 법안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10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재의요구 이유에 대해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결합징수 강제는 국민 선택권을 저해한다" "법률을 통하여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행정부가 합리적 결정을 내릴 권한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고 주장했지만, 역시 이탈표를 막지는 못했다.
KBS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KBS는 "개정안 통과는 KBS뿐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정과 제도적 안정을 확보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공영방송 본연의 사명을 더욱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 진영 논리를 넘어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 임직원·노조·단체 '통합징수' 호소 전략 통했다
전날인 16일 KBS 임직원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결의대회를 여는 등 노사가 하나 되어 수신료 통합징수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전략이 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엔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KBS같이노조 등 사내 노조가 하나로 뭉쳤고, 방송기술인협회·영상제작인협회 등 직능단체, KBS 계열사인 KBS비즈니스·KBS미디어·KBS아트비전·KBSN·KBS미디어텍·KBS시큐리티·몬스터유니온의 임직원까지 힘을 보탰다.
여기에 KBS의 공영성 위축을 우려한 각계 단체들도 동참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KBS 교향악단, 대한민국 국·공립 국악지휘자 협회,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등이 성명을 내 KBS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통합징수를 촉구했다.
TV수신료 전체 중 약 3%를 받는 EBS도 15일 성명을 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연간 8%, 약 14억 원의 수입이 감소했다"며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라는 EBS의 공적 책무가 더 이상 급격하게 후퇴하지 않도록 통합징수로 원상복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측 주장에 따르면, TV수신료 2500원을 청구하기 위하여 고지서 제작과 우편발송, 은행 수납에만 건당 28%의 징수 비용이 소모되면서 2024년 KBS 수신료 수입은 전년 대비 약 335억원 줄어들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TV수신료를 포함한 관리비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사무소 등 현장 혼란도 문제였다.
이같은 수신료 수입 급감에 KBS는 지난해 20년 이상 근속자 1874명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 1년 이상 근속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건비 감축을 추진해왔다. 작년 8월에는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진도 추진했다.
TV수신료를 둘러싼 갈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TV수신료와 전기료를 분리고지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시작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는 의견이 게재된 지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수신료를 무기로 한 공영방송 옥죄기"라고 반발했다. KBS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지난해 5월 기각된 후 분리고지가 본격 시행됐다.
한편, 이날 TV수신료 통합징수법과 함께 재표결 안건으로 상정된 내란특검법과 상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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